■ 호르무즈 해협 긴장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로 플라스틱 원료가가 급등하며 제조업 수익성 악화 및 생활물가 상승 우려 확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국내 실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이 석유화학 산업 전반의 ‘공급망 리스크’를 촉발하며 플라스틱 원료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는 중이다.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조사 결과, 국내 제조업체의 92.1%가 이미 가격 인상을 통보받았으며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 등 주요 원료의 톤당 단가는 한 달 사이 약 13% 상승했다.
특히 4월부터는 추가적인 대규모 인상이 예고되어 있어 중소 제조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원재료 가격은 급등한 반면, 기존 납품 계약 조건으로 인해 최종 판매가격을 즉시 올리지 못하는 ‘원가 압박’ 딜레마에 빠진 업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생산 중단까지 검토하고 있어 산업 전반의 가동률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플라스틱 원료가의 상승은 포장재, 생활용품, 자동차 부품 등 산업 전 영역으로 확산되어 소비자 물가 상승을 유도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를 정제해 나프타를 만들고 이를 다시 합성수지로 전환하는 구조적 특성상, 유가 불안은 곧바로 플라스틱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이는 가공식품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생활 밀착형 품목의 최종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내 나프타 생산 물량의 수출을 제한해 내수 공급을 우선 확보하고,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체 수입처 발굴에 주력할 방침이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만큼, 단기적 수급 안정화 대책과 함께 에너지 안보 차원의 전략 비축유 확대 등 종합적인 대응책이 요구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를 ‘플라스틱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원유 기반 원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재생 플라스틱 활용도를 높이고, ‘바이오 플라스틱’ 등 신소재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규제 대응을 넘어선 소재 다변화 전략이 향후 국가 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과 생분해성 소재 시장이 급성장하며 산업 구조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환경 규제 강화와 공급망 불안이 맞물리면서 기존 석유화학 중심의 모델에서 벗어난 ‘지속 가능한 소재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기술 혁신이 결합될 때 이번 원유 쇼크를 체질 개선의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