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뭄바이의 파편화된 도시 구조를 격자의 변형과 ‘다공성’ 여백으로 재해석한 파빌리온이 현대 대도시의 ‘동시성’을 담아낸 건축적 해법을 제시
인도 뭄바이는 빽빽하고 불안정한 도시 구조 속에서 좁은 골목과 광장이 예고 없이 교차하는 ‘동시성’의 도시다. 이번에 공개된 파빌리온 디자인은 뭄바이 특유의 혼돈과 고독이 겹쳐지는 일상적 리듬을 건축적 무대로 전환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설계팀은 뭄바이의 모순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닌, 도시 성장의 동력으로 정의했다. 결코 정체되지 않고 필요와 욕망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대도시의 본질을 ‘적응형 건축’의 형태로 구현한 점이 특징이다.
디자인의 핵심은 이성적인 ‘격자 구조’를 의도적으로 붕괴시키는 데 있다. 직선으로 규정할 수 없는 뭄바이의 삶을 투영하기 위해, 정교한 그리드는 48도의 각도로 회전하고 분열된다. 이러한 ‘비뚤어진 정렬’은 도시 생활이 직면하는 예기치 못한 충돌과 즉흥적인 협상의 과정을 상징한다.
구조체 곳곳에 배치된 빈 공간은 단순한 공백이 아닌 ‘다공성 문턱’으로 기능한다. 이는 렘 쿨하스가 강조한 ‘건축의 요소’ 중 벽의 임시성과 궤를 같이한다. 견고한 석조 구조의 권위를 내려놓고, 출구 규칙과 기능적 필요에 따라 벽면을 기회주의적으로 단절시킴으로써 공간의 유연성을 확보했다.
‘언스크립티드(Unscripted)’라는 명칭에 걸맞게, 내부 공간은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가 무너지는 가변적 무대가 된다. 방문객들은 밀도 높은 도심 속에서 틈새 공간이 선사하는 해방감을 경험하며, 관찰자인 동시에 관찰 대상이 되는 뭄바이 고유의 논리를 체감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빌리온이 ‘해체주의’ 건축이 단순히 형태를 쪼개는 ‘뺄셈’에 그치지 않고, 부재(Void)를 통해 현존을 증명하는 고차원적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앞으로의 도심 건축은 완결된 구조물보다, 사용자의 흔적이 새겨질 수 있는 ‘비워진 공간’의 가치를 설계의 중심에 둘 것으로 전망된다.